[지금이순간] 고등어 두 마리
- 라라레터
- 2022년 4월 7일
- 2분 분량

인류 존폐를 가르는 기후위기 문제에 비할 때 너무도 하찮은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의 정신 세계는 멀티한 차원에 걸쳐 있으며 어떤 한 차원의 문제가 다른 차원의 문제보다 시급하지 아니하다고 섣불리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잘 구워진 고등어 두 마리가 밥상 위에 오른다. 세 식구가 한 마리를 먼저 공격한다. 주요 부위가 다 뜯겨 나간 뒤, 먹기 불편한 가장자리 부분이 남은 상황에서 남편의 젓가락은 다음 고등어로 곧장 향하여 두툼하게 살점 하나를 뜯는다. 그때 내 속에서 무엇이 훅 하고 올라온다. 이쪽에 남은 것은 누가 먹으라는 것인가. 오늘따라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아 한 마디를 ‘곱~게’ 건낸다. “우리 셋 모두, 한 마리가 모두 깨끗하게 사라지고 난 다음에 다음 것으로 가는 게 어때?” 남편의 듣는 태도는 해석하기 어렵다. 딸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딸에게도 이 ‘중요한’ 도리를 앞으로 계속 가르칠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하여 ‘여남 프레임’으로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인간적 도리의 문제이다. 한번 더 세심하게 생각한다면 어찌 그런 행동이 나오겠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누구나 동등하게 고등어에 대한 권리가 있는데, 보기에 맛깔스럽지 않고 먹기 불편한 부위를 왜 ‘남겨’두는가? ‘이 부분은 우리 먹지 않기로 하자.’라든지, ‘이 부분은 비릴 거 같아서 나는 못 먹겠는데, 미안해.’라든지 하는 말로 도리를 다한다면 모를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밥상에서 지켜주었으면 하는 ‘나의 관점에서의’ 매너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지(부산에서 오래도록 살았던 나는 생선을 정말 많이 먹으며 자랐고, 잘 재단하여 깔끔하게 먹는 방법을 알기에 더 예민한 것일 수도 있다), “남자는 좋은 거 먹고 여자는 찌꺼기 먹으란 얘기냐.” 라고 억울한 감정으로 치고 나가 전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남편이 그런 생각을 가졌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피해의식에 의한 것으로 치부될까봐 마땅히 하여야 할 말을 삼킨 적이 셀 수도 없다. 나의 삶의 많은 문제들이 여남 관계의 프레임 속에서 이야기되었고, 지금껏 관련한 투쟁을 가정 안팎에서 해왔기에, 이 프레임 속에 있지 않은 이야기도 이 프레임이 씌워질까봐 말하기 조심스러워지는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아무리 아닌 걸 아닌 것으로 달리 얘기하려 노력하지만, 어쩐지 이미 상대는 (아닐 수도 있는데) 그 프레임에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설사 상대가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그렇게 믿지 못하는, 갇힌 상황에 있는 것이다.
그저 고등어, 누구나 맛있게 먹고 싶은 그 고등어를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한숨 섞인 욕지거리 한 마디를 잘 들리지 않게 후.. 뱉아본다.
by 참돔맘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 놓고 주무셨던 엄마의 자그마한, 때로는 커지는 숨소리가 그립군요...
노래 큐!
흐흐. 뭔 말인지 너무 알겠음. 저는 남편 같은 행태를 지닌 사람인데, 참돔맘같이 상대방이 생각할 것 같아서 요즘은 좀 더 조심해요. ㅋㅋㅋ 그런데, 그렇다고 안하던 짓은 할 수 없어서, " 난 못먹어~ 너도 먹기 싫으면 먹지말고~" 일단 그래 보고, 이게 정 낭비다 싶으면 다시 이야기 해서 대책을 세우자. 정도 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편한데, 표현 하지 않는 사람은 영 힘들기도 해요. 이거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흐흐. 반가운 글에 생각나는 대로 써봤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