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픽] 당신의 언어는 어떤가요?
- 라라레터
- 2022년 6월 15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6월 17일
언어의 높이 뛰기 (인플루엔셜, 2021) 저자 신지영님의 인터뷰를 읽을 때였어요. 그동안 언어에 대한 검열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이 문장을 만나고 나서에요. "어제까지 괜찮던 표현도 오늘은 마음에 걸릴 수 있다. 그 표현이 담고 있는 과거의 생각에 더는 동의할 수 없는 까닭이다. (...)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 표현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될 일이지요. 언어 감수성의 기준이 높아질수록 말에 배인 편견과 혐오, 고정관념이 점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 누군가를 의도치 않게 상처 줄 때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 차별, 편견이 포함되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말 중 어떤 언어들이 헤이트(Hate) 언어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1. 장애
땡깡 (x) → 생떼, 억지 (o) 땡깡은 뇌전증(경련이나 발작을 동반하는 뇌질환)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억지부리는 모습이 닮아 사용하게 되었다는데요. 장애 비하 표현이므로 우리나라 단어인 '생떼'나 '억지'로 표현되어야합니다.
정상인 (x) → 비장애인 (o) 정상인이라는 단어 기준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임을 고려한다면 비장애인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장애우 (x) → 장애인 (o) 장애우는 친근한 표현 같지만 당사자 자신 스스로 지칭할 때는 사용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로 피해야하는 단어입니다.
불구자 (x) → 지체 장애인 (o) 불구자는 다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장애가 있는 분을 완전하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하게하는 말이므로 지체 장애(mental disability)인 혹은 장애인이라는 말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정신지체 (x) → 지적 장애인 (o) 정신 지체(mental retardation)는 모자라다(retard)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2007년부터 지적 장애인이라는 명칭으로 개칭 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님 (x) → 시각 장애인 (o) 장님은 사전적 의미도 다양하고 어원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종종 사용되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벙어리 장갑 (x) → 손모아 장갑, 엄지 장갑 (0) 어려서부터 자주 사용한 단어 중 '벙어리'가 들어간 단어가 많은데요. ‘꿀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벙어리 삼년', ‘벙어리 장갑' 등은 언어 장애인을 낮게 보는 표현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벙어리 장갑, 이제는 손모아 장갑이나 엄지 장갑으로 불러주세요.
결정 장애 (x) → 결정이 힘듦, 우유부단하다 (0) 결정 장애라는 표현은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죠. 비하 목적으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표현법을 달리 해야합니다.
2. 성별
가정부 (x) → 가사 도우미 (o) 가정부의 '부'는 며느리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사도우미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배달부 (x) → 배달원 (o) 배달부의 '부'는 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또한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적인 표현입니다.
녹색 어머니회 (x) → 녹색 안전 지킴이 (o) 예전에는 여성의 참여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서 녹색 어머니회라고 쓰였지만, 최근에는 남성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어 표현을 달리 해야합니다.
유모차 (x) → 유아차 (o) 어린 아이를 태워 밀고 다니는 수레를 의미하는 유모차의 '모'는 여성이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므로 유아차를 사용해야 옳다는 의견입니다. 우리조차 너무 익숙해져버린 단어이지만 바꿔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효자손 (x) → 등긁개 (o) | 효자상품 (x) → 인기상품 (o) 효도는 아들만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담긴 성차별적 단어임을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머리를 얹다(올리다) 많은 분들이 인지하는 단어일 듯 합니다. 과거 기생이 정식으로 첫날 밤을 보내고 머리를 쪽지하는 것을 표현한 단어로 여성상에 대한 고정관념이 내포되어있으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3. 연령
틀딱충 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의 줄임말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최근에는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비하 할 때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죠.
급식충 | 중2병 급식은 청소년 비하하는 뜻이었는데 여기에 벌레를 뜻하는 충이 더해져 혐오가 짙어진 경우에요. 중2병 역시 청소년에 병을 붙이는 것이 사춘기를 병적인 요소로 보는 것과 같아 사용하면 안됩니다.
개저씨 | 꼰대 개저씨는 ‘개'념이 없는 ‘아저씨'의 준말로 나이나 지위로 약자를 함부로 하는 중년 남성층을 이야기 합니다. 꼰대도 같은 맥락이죠. 이러한 단어로 특정 대상이 이미지화되어 소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오나 편견의 단어를 사용하며 단절을 만들어가는 것보다는 세대를 넘어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함양해야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무심코 사용하는 헤이트(Hate) 표현들이 많습니다. 특히, 온건한 방식으로 사용하여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요. 예를들어 “장애인은 착하다", “여성은 조신하고 차분 해야 한다.” 와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그동안 검열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사용한 많은 단어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잡힌 고정관념, 사회 문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존공생을 강조하는 지금, 무심결에 내뱉은 단어가 누군가에게 가닿아 상처가 된다면 나의 사고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예민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앤서니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인 파란벽(2022, 현북스)의 지혜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인간 관계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배제는 필요하나, 내 안에 공고히 자리잡힌 편견, 잣대를 내려놓는 일도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헤이트(Hate) 언어들. 더 나은 다음의 세상과 삶을 위해 예민하게 살펴보고 새로운 언어를 제시하는 등,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일상 속에 파고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는 헤이트(Hate) 언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래의 레퍼런스도 활용해보세요!
레퍼런스 | 내용 |
인터넷만큼 혐오 표현이 걸러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를 유랑하는 곳은 없죠. 요즈음은 AI 챗봇 서비스도 혐오표현을 학습해 그대로 노출하는 일이 일어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혐오발언을 걸러내는 AI 데이터셋을 깃허브(GitHub)에 오픈소스로 공유하여 화제입니다. 유저들의 혐오표현 양상도 살펴보고, AI의 혐오 발언을 없앨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김청연 저/ 김예지 일러스트, 동녘, 2019) http://www.yes24.com/Product/Goods/79430088 | 오랫동안 교육 매체의 취재 기자였던 저자가 여러 사람과의 대화에서, 지하철에서, 미디어에서 들은 말 가운데 쉽게 사용하고 있는 혐오, 차별 표현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사용하는 차별적인 언어를 점검하고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저, 인플루엔셜, 2021) | 지난 20년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들을 탐구하며 그 안의 차별과 편견을 포착해 한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칼이 되는 표현을 뛰어넘어 바르고 단단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라라레터 13호(https://lalaletter.stibee.com/p/14/)에도 소개된 나다운 소셜벤처는 어린이들의 흔한 혐오표현에 충격 받고 시작한 맞춤형 놀이 성교육 서비스입니다. 나다운 언어 표현도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서비스도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529066 https://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89286
더 나은 다음의 삶을 위해 Truly Yours,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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