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픽] 일상적 콘텐츠에서 만나는 다양성
- 라라레터
- 2022년 7월 13일
- 3분 분량
주제가 ‘장애’가 아닌 경우, 미디어 콘텐츠를 포함한 각종 기획물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아요. 7년 전, 영국에서는 ‘토이라이크미(#toylikeme)’ 캠페인이 있었어요. 청각장애를 가진 프리랜서 작가 레베카 앳킨슨, 시각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카렌 뉴웰, 마비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청각장애 작가 멜리사 모스틴 등 영국 여성 세 명이 시작했습니다. ‘토이라이크미’는 장애아동들에게 자신과 닮은 인형을 제작하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운동이었어요. 이 캠페인에 장난감 회사 '아클루(Arklu)'와 '매이키즈(Makies)'가 장애 인형을 제작하여 응답해주었다고 하죠. 뒤이어 ‘레고’도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제작하였고요. 2017년 미국에서는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자폐 아동 '줄리아'가 고정 캐릭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일상에서, 미디어에서도 심심치 않게 장애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적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장애인이 반영되면, 장애인 스스로도 사회에서 수용됨을 느끼게 되어 자존감이 올라가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자연스러워지게 되겠죠.

독일의 사회적 이미지 데이터뱅크, ‘게젤샤프츠빌더(Gesellschaftsbilder.de)’는 ‘새로운 관점의 사진 데이터 뱅크’라는 모토를 달고 운영 중입니다. 배리어프리 및 사회 참여를 위한 독일 시민단체 ‘사회적영웅들(Sozialheld*innen)’이 제작・운영 중이며, 장애인을 장애로만 다루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사진을 찾는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무료로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뱅크의 사진들은 독일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인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장애, LGBTQ, 이주민 등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으며, 장애는 다시 다운증후군, 정신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신체 보조 기구, 휠체어 및 이동 장애 등 세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특정계층을 배제시키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들을 배제시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016년 혜성처럼 나타났던 ‘닷페이스’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달라야 하므로 말해지지 않은 현실을 참으로 열심히 다루었습니다. 젠더 다양성과 기후위기, 디지털 성범죄, 장애인 이동권 등의 이슈에 대해 뉴스레터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전달했습니다. 구독자는 24만 7천 명에 달한 바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지난 5월 문을 닫게 되었는데요, 중대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졌어야 했는데 그들의 손에만 맡겨둔 것에 참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간의 콘텐츠는 닷페이스 채널에 보관한다고 하니 닷페이스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보실 수 있습니다. <장애와 자유>, <기후위기를 마주하다>, <20대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엄마의 일>, <낙태를 말하다>, <퀴어 프라이드> 등의 주제 카테고리 별로 소중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지난 5월 EBS가 개편한 ‘딩동댕 유치원’에 인형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가운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 캐릭터 '하늘이', 다문화 가정에서 나고 자란 '마리' 등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체육을 좋아하는 소녀’와 ‘문학을 좋아하는 소년’ 캐릭터 등을 통해 고정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딩동댕 유치원’은 40년 동안 방영됐지만 장애, 다문화 어린이가 등장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으로 두뇌가 명석한 캐릭터이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염려합니다. 변호사라면 사회성도 좋아야 하고 재판정에서의 언변도 중요한데 그게 되겠냐는 거죠. 극중의 정명석 변호사에 특히 마음이 가는 이유는 아마도 그 염려에도 불구하고 우영우 변호사의 남다른 관점을 존중하고 그것이 살아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끌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만들어 갑니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흐뭇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영우 변호사가 너무 사랑하는 ‘고래’라는 동물은 장애 너머의 그 사람의 마음, 넓은 바다를 품고 있는 그 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더욱 이해하고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정은혜님은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인데요, 장애인이 TV드라마의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드라마에 그녀의 삶 그대로를 녹여내었는데요.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뜨개질을 즐겨하는 것도 정은혜님의 원래 모습이라고 해요. 정은혜님이 그리는 그림에 쏟는 정성,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러블리한 마음이 잘 보여지면서 우리는 그녀를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단순히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술도 좋아하고 화도 내는 보통사람으로서 극중 다른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나왔거든요. 그저 보통 사람으로 대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죠. 사람들이 “그려주세요”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은혜님, 앞으로 연기 욕심도 계속 낼 거라고 하여 너무 기대됩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차차차, 삼바, 탱고도 어우러져 함께 출 수 있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꾸욱 눌러 찍는 마침표)
by 은영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라라레터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할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