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거리] 내 인생을 나의 것으로 살아갈 아이를 응원하며
- 라라레터
- 2022년 4월 27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5월 6일
걸그룹 노래를 틀어 놓고 가열차게 댄스를 추는 아이를 보며, ‘그래, 뭐 하나라도 열심히, 재미있게 하니 좋다!’ 생각합니다. 그러다가도 한편으론, 팍팍한 인생 살아 나가려면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마음농사 잘 지으면서 해야 할 것도 해나가는 단단함도 아무쪼록 잘 길러졌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소위 이 굳은 심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조화롭게 핸들링할 수 있는 마음의 중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것, 바로 그것이 갖추어진다면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어떠한 원칙과 기준이 ‘자기주도성’이라는 것을 충족시켜 줄까요?
‘자기주도성’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면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역량’으로 정의됩니다. 이를 갖추려면, 자기의 정서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자기관리(self-management)’의 능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UNICEF가 이야기하는 ‘자기관리’의 정의에 따르면, ‘감정, 느낌, 충동 등을 제어하고 관찰하는 능력’이며, 자기 자신의 중심에 다가가기 위한 핵심 전제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이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것이지요. 즉,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도록 하는, 자기 내부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아이 스스로 책임감 있게 학습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지다 보니 ‘자기주도성’이 더욱 강조되는 양상입니다. 또한,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시스템이 제공하는 옵션들에만 의지해서는 안되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유한 역량을 개발하고 창의적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도 이야기 됩니다.
앞선 설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자 출발점은 ‘자신의 감정’입니다. 자신이 가지는 긍정적인 느낌이나 감정, 그것이 유발된 원인과 환경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서 정리한 후,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동기’와 연결되는 것이며, 그에 따라 방향성, 우선순위, 실천계획 등이 세워지게 됩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 감정이 일으켜지는 요인을 파악한다면, 가능한 그 요인을 피하거나, 요인이 실제 발생하려고 할 때, 이미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기에 좀 더 침착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자기주도성의 전제로서의 자기관리’, 또는 다른 표현으로 ‘자기관리를 통한 자기주도성의 확보’를 구성하는 내용은 다음의 키워드들로 정리됩니다. 자신이 고안한 창의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필요한 행동을 선도적으로 하는 주도권(initiative), 우선순위를 정하여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잘 아는 체계성(getting organized),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는 노력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감당하는(끝까지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책임감(accountability) 등입니다. (참고: Youth Employment UK*)
이처럼, 성장하는 아이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갖게 된다면, 어떤 자리에서나 자신이 맡게 되는 역할을, 스스로 동기부여 하며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겠군요! 생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이러한 ‘자기주도성’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결국 이 ‘자기주도성’은 다름 아닌 아이 본인이 스스로 깨우치고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부모인 내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에서 좀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부분에 집중해서, 아이와 함께 거기에 머무르며 정리해보는 전략을 취해 보아야겠습니다. 막연하게 ‘좋았다’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때 좋았고, 어디서 했는지, 누구와 했는지, 얼마나 길게 했는지 등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객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겠네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이도 아이지만, 저 자신에 대한 자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한 외부의 평가나 보상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기에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갖는 만족감을 잘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넘어 긴 인생을 두고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성에 맞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거겠지요. 내가 집중하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을 때, 그것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사고과정이 발동하면서, 불시에 들이닥치는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노래처럼,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수 있어요.”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우리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 하나의 부모의 역할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은영
* 2012년 영국에 설립된,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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