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포커스] 행복추구권으로서의 일할 권리
- 라라레터
- 2022년 2월 2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6월 1일
‘82년생 김지영’이 아이 토사물이 묻은 티셔츠를 입고, 아이와 산책을 나갔을 때 받았던 시선, 그리고 자신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그제서야 토사물이 묻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느꼈던 수치심. 커리어가 한참 끊겨 있다가, 커리어 경로의 하류로 다시 내려가 그 곁에서 물줄기를 어렵사리 내며 느끼고 있을 그 심정. ‘경력보유여성’ 또는 ‘경력 이음’과 같은 용어가 ‘경력단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긍정적 맥락의 제공을 위해 등장하였으나, ‘경력단절’은 여전히 아주 사실적인 사실로 다가옵니다.

만 25세 이상 54세 이하 여성 중, 경력단절의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은 35%(2019년 기준)이며, 비취업자 중 53.6%는 향후 5년 내 일할 계획을 보였어요. 한편, 15세 이상 54세 이하의 기혼 여성 중, 비취업인 여성(A) 중 경력단절여성(B)의 비율(B/A)은 44%입니다. 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였고, 우리 주변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생애주기적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경력이 좌절되었거나 일할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현재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이 가지는 의미는 다음의 질문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하는데, 또는 하고 싶은데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 보유하고 있는 경력을 이어 재취업이 될까 또는 되었을까? 재취업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일단 경력단절이 발생하면, 자신이 밟아왔던 궤적으로 다시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따라서, 경력단절 자체를 예방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는 취지로 기존의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일부가 아닌 전부에 걸쳐 개정되었고, 2022년 5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에 있어요. 적용 대상을 경력단절여성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재취업을 원하는 또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여성으로 확대했고, 퇴사 방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기존 법안이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에 한정되었던 반면, ‘근로조건’이 경력단절의 주요 요인으로 추가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경력 유지를 위한 근로조건의 개선(3장 10조 2항)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생애주기별 경력설계와 상담 등의 사업이 추가된 점(3장 12조)도 눈에 띕니다. 경력단절 여성을 포함한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 대상으로는 구인 구직 정보를 발굴 및 수집하고 관련 정보를 구직자나 관련 단체 등에 제공(3장 11조 2항)하는 등, 실질적인 실행의 내용이 보다 분명히 명시된 점도 짚고 싶습니다.
하지만, 법령은 법령일 뿐, 그 시행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예방적 접근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여성의 삶’을 충분히 고려한 조치와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네요. 경력이 멈춰진다는 것은 수입이 없어지는 것을 넘어, 그간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가 박탈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관계를 통해 가져왔던 나의 내용성이 크게 ‘소실’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행복추구권의 정의를 다시금 살펴볼게요. 한국의 현행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10조)고 하여,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국가의 도구로 취급하는 전체주의를 배격합니다. 한 인간의 가치가 훼손됨이 강요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세상 가치로운 존재들의 살아남을 간절히 바라며,
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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