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포커스] 장애는 기회 박탈의 이유가 될 수 없다
- 라라레터
- 2022년 6월 23일
- 3분 분량
얼마 전 TV채널을 돌리다 눈길을 사로잡았던 문구,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언뜻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했던 이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니,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신념을 토대로 한 은근과 끈기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신순규'님은 현재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Brown Brothers Harriman)이라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1994년 JP모건 입사를 시작으로 지난 28년 동안 경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점자참고서가 없을 당시, 어머니께서 일일이 점자참고서를 만들어주셨고, 우연히 인연이 닿은 미국의 한 가정의 사랑으로 미국에서 일반교육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주변의 사랑과 지지, 신순규님의 끈질긴 투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신순규님의 삶이 불가능했겠지만, 신순규님과 같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마음껏 펼치길 원하는 많은 장애인 분들을 생각할 때, 사회가 가지는 지원 시스템에 주목하게 됩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MIT, 유펜 모두에 합격한 신순규님은 대학에서 제공되는 맞춤 서비스를 통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시각장애인 최초로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자격증)를 취득했던 것도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는 접근법으로 CFA 측과의 협상을 통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습니다. 당시 응시할 방법이 없었음에도 신순규님의 끈질긴 설득, 그리고 결국 그 설득을 수용한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게 된 것이었죠.

대학교육의 경우 의무교육이 아니라 개인의 꿈 또는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 사회적 실현의 기회를, 눈이 보이지 않아서, 들리지 않아서, 두 다리가 불편해서, 그 외 장애 때문에 갖지 못한다면, 그 한 사람의 삶의 내용이 극적으로 달라지게 되어 버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교육 6년 및 중등교육 3년, 총 9년의 의무교육기간을 ‘교육기본법’ 제8조 상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과정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습니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 학업을 수행하기에 거의 지장이 없는 정도의 장애는 일반교육 대상자로 분류되고,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령기 장애인들은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 25세 이상 국내 등록 장애인 중 37.6%가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이하(무학 포함)로 나타났으며, 고등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14.4%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특수학교 건립 시에 늘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안된다.”라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현상이 팽배합니다. 어렵게 세워지는 특수학교는 장애인 학생들이 통학하기 어려운 장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마저도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장애학생 중 특수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은 29%에 불과합니다. 해서,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두는 경우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학령기 장애 학생들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기본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장애학생들이 고등교육 이상을 내다보며 미래를 설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성적을 가지고도 1급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류평가 점수를 하향 조작하여 합격선에서 밀어낸 2018년 진주교대 사건이 있었고, 장애인특별전형을 악용하여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가 있는 것으로 위조문서를 제출하여 입학한 경우가 무더기로 적발된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어렵습니다. 교육부가 실시한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이 점진적으로 향상되고는 있으나, 체계적인 지원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입학지원, 교육환경, 학습 및 교수지원, 이동 및 시설 접근성, 정보접근성 및 원격수업, 학생 복지 및 취업지원 등 교육권을 구성하는 사항들에 대해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입학과정에서 정보 또는 지원을 제공받은 경험이 없는 경우가 43%였으며, 취업 관련 현장실습 또는 연수프로그램은 조사대상의 19%만이 제공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동 및 시설접근성의 확보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장애학생의 특수성 별로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지 못해서 수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장애대학생이 10인 이상인 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하여야 합니다.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제공되는 학습지원서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지원인력을 운영하여 장애학생의 곁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수업 대필, 학습 지원, 교재 타이핑, 이동 지원, 기숙사 생활 지원 등이 있습니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점자정보 단말기, 스크린 리더, 독서확대기,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 휠체어 높낮이 조절 가능 책상 등 보조공학기기를 보유해 대여하고 있고, 장애학생을 위해 별도의 시험 응시 공간을 제공하고, 시험 감독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이처럼 센터를 통해 다각도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위의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대학별로 서비스의 질적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장애학생 개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장애가 학습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면밀하게 들어야 하겠습니다.
장애인 대학생의 수는 증가 추세에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부각된 학습 격차 등에 따라 지난 2월 교육부는 '장애인 고등교육 지원 종합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든 대학은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10%를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야 합니다. 현재는 장애학생이 전체 신입생의 0.44%에 불과합니다. 장애 유형에 따라 지원을 제한하거나 특정 학과만 선발하는 경우가 없도록 강력하게 권고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특정 분야에 진출하고 활약하기 위해 필요한 고등교육을 차별없이 동등하게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학생 관리 체계를 마련함은 물론, 배제되는 장애학생이 없도록 학생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by 은영
*2008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매 3년마다 실시되며, 2020년에는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348개 대학의 428개 캠퍼스 중 343개 대학의 423개 캠퍼스(98.8%)가 참여. 2021년 2월 발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주최로 진행한 ‘대학 내 장애학생의 교육권 실태조사’ (2021년 12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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