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포커스] 우리 모두는 언제라도 ‘헤이트(hate)’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라라레터
- 2022년 6월 16일
- 3분 분량
우리 모두는 언제라도 '헤이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 주: 일반적으로 ’혐오’와 동일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한국어 ‘혐오’라는 표현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는 심상(心像)이 원래 가지는 의미 이상으로 과장되게 부여된 경향이 있어, 객관성에 가깝게 글 속에서 인식될 수 있도록 ‘헤이트’를 사용합니다.
착짱죽짱: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기균충: 기회균형전형으로 뽑힌 학생 비하
기생수: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학생' 의미
엘사: LH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학생 비하
빌거지/월거지: 빌라 혹은 월셋집에 사는 학생 비하
이 밖에도 많지만, 청소년들이 요즘 사용하는 ‘헤이트’ 표현입니다.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다 보니, 이것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농담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무심코 뱉는 비하표현들이 제법 많습니다. ‘결정장애’, ‘절름발이 행정’ 등 장애인 비하 표현, 짱깨, 쪽발이 등의 타국인에 대한 비하, 흑형, 혼혈아 등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의 표현 등 비록 악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수신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확인해봐야 할 표현들이 즐비합니다. 심지어 보기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고 해서 ‘노키즈존’을 만들고, 미성숙하고 무례한 초등학생들을 일컬어 ‘잼민이’라고 하는 등 보듬어 교육하려 하기보다 분리・배제하는 방식을 어린이에게까지 취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헤이트’는 스스로를 정당화해 자신의 이익을 확고히 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어 왔어요.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힘없는 약자에게 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정 대상을 규명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를 타겟팅하는 것보다 약자에게 즉각적으로, 비합리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 차별은 "자신들의 취업권을 훔친 도둑", 여성혐오를 위해서는 "일하지 않고 남자들의 재산을 노리는 추녀”, 남성혐오는 "약자이고 피해자이고 보호받아야 할 여성을 탄압하는, 열등한 유전자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한국식 왜소음경을 가진 추남, 한남충", 동성애자 혐오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불륜을 행하며 결혼을 빼앗는 에이즈 보균자"라는 식의 논리로 내동댕이 치듯하는 표현들이 난무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사회전반적으로 팽배한 피로도와 불안감이 원숭이두창 전염병에 대한 책임을 성 소수자 전체로 극단적으로 전가하는 낙인 효과를 가져오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한 공격의 방편으로 ‘헤이트’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헤이트스피치 금지조항’을 신설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욕설시위를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로 보고, 이처럼 집회 주최자나 질서유지인, 참가자가 반복적으로 특정 대상·집단 혐오·증오를 조장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선동해 국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을 끼치는 행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음향이나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행위, 소음과 진동,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 등으로 사생활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표현 또는 집회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기본권이나 인간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자유가 횡포로 치닫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하게 됩니다.
지난 대선을 지나오며 이른바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정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자신이 흠모하는 정치인에 대한 팬덤의 절대적 지지는 해당 정치인을 '오류 없는 절대자'로 신화화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을 저질러도 덮어 버리고 반대파에 대해서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적 공격을 서슴치 않는 데에 그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책임론’을 언급한 데 대해 홍의원의 사무실에 공격적인 내용의 대자보가 도배되고, 일 이천 개의 문자폭탄이 발송되는 등의 극단적인 헤이트 표현에 대해 이재명 의원이 그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에 자제요청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점차 헤이트 대상이 무차별적이 되고 있는데요, 보통 사회적 소수자 또는 약자 대상의 차별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혐오적인 표현이 이용되어 왔습니다만, 이제는 나보다 상대적인 약자라고 판단되면 자신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헤이트를 표출합니다. 이것이 일상화되면 어느 누구나 파편화된 개개인이 되어, 상대적 약자로 인식된다면 언제든지 차별과 헤이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혐오범죄 양상을 보게 되면, 특히 언어를 통한 헤이트의 표현이 공격수단 중 57% 가량을 차지하였는데,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위축과 긴장 등으로 인해 평소 문제 삼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낮은 수준의 헤이트가 새롭게 생산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사안들은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스며들게 될 것이기에 감정들로 인한 상처들이 사회 곳곳에 축적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헤이트’ 표현은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체제 자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해악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헤이트’의 확산에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헤이트 표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규제가 없습니다. 그때문에 지난 지방선거 공약에서 어이없이 노골적으로 혐오적인 표현이 드러난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헤이트’는 개인에게 단지 “너 싫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낙인을 찍고 그 집단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공적으로, 사회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넘쳐나는 것을 그냥 둔 채 민간기업이 만드는 불완전한 필터링 시스템에 의한 노출방지에만 의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헤이트’가 가지는 근본적인 해악, 어떻게 범죄로 성립되는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교육 또는 정책적인 수단, 그리고 법규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by 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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