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시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여성리더십
- 라라레터
- 2022년 4월 1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5월 6일
‘리더’. 참 멋있는 단어지요. 누군가 제시하는 것을 따라만 가지 않고, 더 좋은 방법과 결과를 위해 능동적으로 고민과 제안을 하는 사람. 그런데 리더의 자리에 있다고 반드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일터에서 만나고 싶은 그러나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리더십은 아마 그 자리에 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리더십일 거에요. 회사의 대표, 임원, 팀장 등의 리더의 핵심 역할은 해당 단위의 방향과 단계별 목표에 대한 ‘안’을 가지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제안을 수렴하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구성원들 각자에게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포함되겠지요.
라라레터의 ‘4월의 주제’를 ‘리더십’으로 정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리더십’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내뱉는 음성, 밝은 성격 등에서 ‘리더답다’라고 생각되곤 했는데, 고등학교 때 연극부장이었던 언니나 대학 때 여학생회장 언니 등 참으로 남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들이었죠. 당시엔 멋있다고 생각되던 언니들이 많았는데요,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여성리더십’ 롤모델이 딱히 제시되지 않았던 때에, 남성에 의해 구사되는 리더십을 빌어, 적극적인 쾌걸의 주체적인 모습의 리더십을 채택한 경우가 아녔나 싶습니다.
“여성에 의한 리더십을 넘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여성리더십’으로”
책에서 접하는 여성 리더들의 ‘여성리더십’을 ‘여성’이 주체로서 실행하는 ‘리더십’의 맥락으로 보게 되고, ‘여성만이 구현할 수 있는 고유의 리더십’으로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남성의 방식들로 운영되는 체제에서 그것에 적응하고,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여도 좋은 점수를 받는 여성에 의한 리더십 같아 보이거든요. 물론, 여성리더 고유의 장점이 훌륭하게 작동하고, 좋은 해석으로 말미암아 ‘여성리더십’으로 정립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직은 임원, 정책결정자 등 각종 주요 논의나 결정을 하는 자리에 들어가기조차 어렵기에 ‘여성리더십’이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해요.
여성리더십에 대해 생각해보자 했을 때 다음의 맥락들이 떠올랐어요:
첫째, 현재 리더의 자리에 있는 여성에 의해 발휘되고 있는 리더십으로서, 남성 중심의 문화에 비교적 잘 적응했고, 본인 고유의 여성으로서의 가치도 잘 작용하여 기존의 잣대를 대어도 훌륭하게 평가받는 여성에 의한 리더십; 둘째,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상황 또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여성에 의한 리더십, 그리고 미래형 리더십에 적용되어야 할 가치로서 여성에 의해 보다 잘 구현될 것으로 여겨지는 것; 셋째, 둘째 항목에서 이야기된 가치가 적용되기 어려운 현재 상황, 즉, 기존의 권력구조; 넷째, 둘째의 내용과 연관되어, 세상이 변해서(패러다임이 전환되어서) 리더십에 대한 재정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고 할 때, 목표와 성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관리하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여성리더에 의해 그것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 많은 논의의 지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들을 포함해서 ‘여성리더십’에 관련된 모든 논의를 다루려면 한 편의 논문이 되어도 모자랄 것이기에, ‘여성’이 가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현재의 리더십에 충분히 적용되기 어렵다고 전제하기로 하고, 그러나 그 와중에도 주목받고 있는, 여성리더십 구성 가치와 주목받는 배경 정도를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 해요.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업체 ‘젠거-포크먼’의 공동 창업자인 조셉 포크먼(Joseph Folkman)이 2019년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더십 조사에 따르면, 리더십을 구성하는 여러 능력들 중 여성은 관계 형성, 협동, 팀워크 같은 소프트스킬뿐 아니라, 주도권, 진정성 같은 하드스킬에서도 더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두 가지 부분은 전략적 사고와 기술·전문성이었는데, 높은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짚었네요.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다양성 존중의 가치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성을 포용한 기업일수록 소비자 니즈를 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기업성과도 제고된다고 합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포용, 소통, 공감, 조화 등은 조직이 품어야 하는 가치로 여겨지고 있고, 앞서 언급된 여성리더들의 강점들 역시 결을 같이 하는 능력들입니다. 대체로 여성은 갈등보다는 조화나 포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성다양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성과가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는 바, 이러한 다양성의 추구는 여성리더의 약진을 불러오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앞서 설명하였듯이 여성리더십이 조직경영 측면에서 시스템의 건전성을 제고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주요 요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각종 재난의 상황, 또 미래에 겪을 것으로 예견되는 기후위기의 맥락에서 여성리더십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뒷받침됩니다.

재난상황이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이야기를 ‘라라포커스’에서 다뤘던 적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은 성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가족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나 가뭄이 몰아치기라도 하면 음식이나 연료를 구할 수 없어 가족을 먹여 살릴 길이 없어지고 결국 난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난민이 된 인구의 80%는 여성이며,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위기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구의 54%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길에 오른 여성과 아이들은 앞으로 난민으로 살아가며 안전과 생계의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약자 중의 약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생존의 극한상황에 몰리게 되면 돌봄주체인 여성들은 약자인 어린이, 노약자 등 돌봄대상을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돌봐야 하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2년을 꽉 채우고 3년 째로 접어든 코로나19는 세계 4천 7백만 명의 여성들을 극빈곤층으로 전락시켰고 성별간 빈곤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팬데믹 중 여성은 남성보다 29% 육아를 더 담당했으며(16개국 조사), 여성 두 명 중 한명은 팬데믹 시작 후 본인 또는 지인 여성이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13개국 조사). (참고자료: UN)
이처럼 무너진 공동체의 회복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적재적소에 투입되어야 할 텐데요, 재난 상황에서 타격을 더욱 크게 입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충분한 회복을 위한 자원이 지원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원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을 누가 하여야 할까요? 또한, 여성은 공동체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 최적의 효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은 앞으로 예기치 않게 우리를 덮칠 텐데요, 타격을 입더라도 가능한 덜 입도록, 입은 후에 보다 더 빨리 회복되도록 하려면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있어야, 여성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우리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이 준비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실행된 코로나 19 회복대책의 40%만이 젠더 관점이 반영되었다고 하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겠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큰 틀을 변화시키는 정책적 결정은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작은 실천들이 지속되면서 하나의 문화의 흐름이 되고 그것이 확산되고 우리의 요구들이 모이면 정책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올 거라고 믿어요. 그렇기에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준비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여성 관점의 정책제안이 필요할 때 참여할 수 있도록, 또는, 어떤 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할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추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눈여겨 볼 이슈나 주제에 머물러 충분히 생각해보고 부족하나마 정리해놓는 것이 좋겠다 싶고요, 다양한 주제 영역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계시는 분들의 움직임도 잘 쫓아 가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로 역할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by 은영
부록 . 몇 개의 키워드를 통해 ‘여성’ 리더십의 현재에 대해 좀 더 살펴 볼까요? ESG
> ESG가 최근 몇 년 기업경영에서 핫한 키워드로 부상 중에 있는데요,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로, 환경을 해치지 않고, 사회공헌하는 의사결정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SG는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여겨지면서 우리나라 각 은행은 중장기적 전략으로서 ‘여성리더십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추구
>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뮌헨공대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17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다양성 지표가 높은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다양성이 부족한 회사보다 수익을 38% 더 거뒀습니다.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투자유치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성별, 인종, 지역 등에 걸친 다양성 확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여성리더십에 대한 필요성도 신장되고 있습니다.
여성 기후변화리더십
> ‘기후변화리더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개의 노력을 위한 리더십으로서, 특히 여성에 의한 기후변화리더십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이자 동시에 대응의 주체로 역할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역할자인 여성에 대한 리더십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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