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시계] 지속가능한 놀이도구
- 라라레터
- 2022년 7월 21일
- 4분 분량
첫 아이의 100일을 기념하고 싶어 선물을 찾아보는데, 나무 블럭 세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입으로 무조건 물건을 빠는 시기였기에 유해 물질이 없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다들 이 마음 아시죠?) 그 나무 블럭 세트에 ‘첫 100일을 축하하며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비장한 문장까지 각인하고, 엄청난 의미를 선물한 양 스스로 어찌나 뿌듯해 했었는지. 이후로 11년이 흘렀고, 나무 블록 세트는 이제 둘째 아이가 가지고 논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친환경, 자연주의에 입각한 놀이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100일 기념을 제외하고는 줄곧 아이의 감각에 좋다고 하는 장난감이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구입하였죠. 아이 성장 시기마다 소위 국민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장난감은 안 사주면 왠지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마음이 드니 어떻게든 다 갖추면서 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후회했어요. 얼마 쓰지 않았는데 아이의 흥미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고, 물려 줄 마땅한 임자를 찾지 못해 집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가기만 했어요. 장난감 쓰레기 창고가 되어가는 것 같았죠. 지금도 아이들 방에 있는 장난감을 보니 한숨만 나오네요. 언젠가는 싹 정리해야 할 텐데 말이죠.
장난감 중에 가장 처치 곤란한 것은 레고 블럭이예요. 아이들 집중력과 창의성 키우는 데 좋고, 코로나 상황에 인도어(indoor) 장난감으로 레고만큼 좋은 게 없죠. 그런데요, 우리 집 애들은 만들고 부수고, 부수고 만들고를 엄청나게 하는 편이라 작은 레고들이 어디에 숨어들어 간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저는 정리나 청소에 소질이 없다 보니 무작정 때려 박아놓기 일쑤예요.
근데, 사실 웬만해서는 망가지지 않는 것이 레고의 큰 장점이잖아요? 오랜 시간 흘러도 망가지지 않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니, 당장은 비싸더라도 오래오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는 사용하지 않은 레고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레고 리플레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78톤 규모의 레고가 순환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흘러도 레고 퀄리티는 갑오브갑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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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혹시 아시나요?
레고와 같은 플라스틱 장난감은 수천 년이 흘러도 썩지 않는데요. 서로 물려주고 돌려쓰다 부서져서 못쓰게 되어 버려지면, 그 상태로 계속 지구를 떠돌며 사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버려진 레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잘게잘게 부식되어 바다 고기들의 먹이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고기들이 우리의 식탁으로 오지요. 결국 우리의 몸 속에 레고가 있는 꼴이예요. 또 파도에 부딪혀 육지로 다시 흘러들어오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밟히고 부서질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되어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상상하니 무섭네요.
요즘 아이들은 하늘을 그리라고 하면 회색 하늘을 그린다고 하죠. 마스크 쓰는 삶은 일상이 되었고, 에메랄드 바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쓰레기와 기름 때만 두둥실 떠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을 만든 주범이 바로 나이고, 우리 어른 모두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나부터가 환경이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무절제한 소비를 하며 편하게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졌던 거죠. 그 결과 환경파괴, 기후 위기와 같은 어마무시한 문제를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물려주게 된 거예요.
예전에 저의 아이를 봐주던 이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나쁜 짓 한 것 같아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친구들과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플라스틱을 덜 쓰자고 입을 모았다고 하네요. 이런 생각을 하는 인생 선배님들의 모습에 어찌나 감동하였던지요. 아이들 놀이를 위해 장난감을 선택하는 우리 부모들도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레고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2022년 말까지 탄소 중립 제조 사업을 운영하고 모든 레고 브릭 당 에너지 사용 및 탄소 배출량을 낮추겠다고 선언하였죠. 또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도 약속했고요. 최근에는 업사이클링 장난감도 점차 확산 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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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31이라는 회사는 지속가능한 놀이 영감을 주는 어린이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어요.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 '장난감'이나 '놀이터'가 아닌,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의해 끝없이 확장 가능한 '자유로운 놀이'를 추구하며, 이에 필요한 도구, 소품, 활동, 상황을 연구 및 개발한다고 해요. 국민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장난감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바닷가 쓰레기 등을 이용하여 장난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플레이 31은 기후 위기, 멸종위기, 문화 다양성, 공존과 포용 등이 주요 관심사라고 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학습 환경을 통해 미래에 직면한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소재 탐구 및 놀이도구를 통해 스토리 빌더로의 역량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한 예로 2018년 서울 새활용 프라자의 자원순환 체험교육인 ‘소재 구조대 프로젝트’ 시 아이들이 창작한 물건을 집에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요. 대신 봉사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집에 가져가서 쓰레기로 만드는 상황보다 좋은 대안을 제시하며 환경에 대한 생각과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직접 체험하고 구매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더 호감이 가더라고요. 사실 재활용이고 리사이클이고 다 좋지만, 디자인이 영 아니면 관심이 안 가지 않나요? (저는 그래요..) 플레이 31의 디자인은 사려 깊으면서 트렌디한 느낌인데, 그 디자인들이 다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하니 모든 것이 완벽하여 바로 카드를 긁게 되더라고요.
이 외에도 모든 친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도 디자인하고 있어요. 라이트 브러쉬는 어둠속에서 만져보는 빛가루를 체험해보며 닫혀있던 상상의 문을 열어 주는 놀이도구예요. 자폐성 장애와 감각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시각과 촉각을 함께 자극하여 인지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해요.

노플라스틱선데이라는 회사는 버려지는 작은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오픈 소스를 활용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들을 공유하며, 지역 자활센터와 연계하여 자원 순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과 뚜껑등을 이용하여 생활용품과 액세서리를 만들어 다시 쓰임을 찾게 하는거죠. 기업들과 콜라보로 재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파도가 쓸고 간 바닷가를 걷다 보면 유리 조각, 플라스틱, 폐품 등 쓰레기들의 향연에 운치가 갑자기 깨진 적도 많은데요. 이런 문제점에 시작된 ‘비치코밍(beach combing)’ 운동이 확산중이예요. 바닷가 쓰레기들을 수집하여 예술작품 또는 액세서리로 업사이클 하는 캠페인 및 전시회가 다수 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비율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니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로 놀이도구를 창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장난감을 재활용하여 쓰는 방법으로 좋은 것 중 하나가 엄마표 미술로 재탄생한 장난감이죠. 박스를 이용하여 놀잇감을 만들어 색도 입히고 게임도 하면, 오감 발달은 물론 엄마와의 교감으로 정서 발달에도 좋죠. 그러나 사실 너~ 무~ 힘들지 않나요? 한 번 하려고 하면 결심을 수십번 해야 하고요, 미술 감각 제로인 저는 오늘은 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 그냥 하루를 버릴 때도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런 재활용 박스로 놀잇감을 만들고 사람과의 정서도 발달시켜주는 놀이 거점인 사단법인 트루 같은 곳이 많이 생긴다면 그 또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환경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놀 방법도 다양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회색 하늘, 마스크, 플라스틱 바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과 연관된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청정한 하늘, 다양성, 배려하고 고려하는, 푸릇한 자연, 코발트블루 바다와 연관된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우리 오늘부터 함께 고민해나가면 어떨까요?
더 나은 다음의 삶을 위해
Truly Yours, 우정
* 파란색 하이라이트는 관련 기사 또는 브랜드 페이지 링크이니 함께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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