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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시계] 실천적인 존중과 포용을 고민해보다

  • 작성자 사진: 라라레터
    라라레터
  • 2022년 7월 6일
  • 5분 분량

지난 몇 주간 라라레터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포용, 즉, 다양성의 존중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 각자 가지는 소중한 가치가 있고, 공평한 기회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요. 이 원칙에 대해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여전히 ‘그들’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분들을 맞닥뜨릴 때, 무엇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니 서로 불편해지고, 불편해질까 봐 일단 접촉을 피하고 보자 할 때도 있어요. 그 피하는 행동이 또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고요. 그들에게 내재한 어떤 ‘요인’을 불편해 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데, 그렇지만 오해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 될까 봐 어줍잖게 접근할 수가 없는 형편에 있어요. 다양성의 포용이 인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의 실천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첫 번째로는, 진정으로 그분들을 포용하고 있다는 자기 인식이 더 자리 잡아야 할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상대가 나의 이 인식을 느끼도록 실질적인 행동 양식을 가져야겠다는 판단이 듭니다. 지금까지 관리 또는 배려의 대상으로 치우쳐 인식해왔던 분들의 삶을 이해하는 가운데 편안한 대화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 미혼모 친구들이 수녀님과 함께 모여 살고 있는 곳에 봉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들을 만나기 전엔 막연히,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왜 그런 큰 실수를 해서 고난의 길로 들어 섰나 생각하면서 안타까웠고,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즐거움과 슬픔, 원하는 바, 미래에 대한 계획을 공유하면서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중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또 깨달은 것은, 도우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내 의지만 드러내면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기다렸다가 그 친구가 나에게 이것이 필요하다, 도와 달라 할 때 행동하여야 한다는 것이요. 일방적인 관계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본 전제를 수녀님께서 알려주셨는데요, “이 친구들은 생명을 품어내기로 결심을 한 훌륭한 친구들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맞아요. 굉장하고 담대한 결심을 해 낸 친구들이었던 겁니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관리 대상으로만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면, 우리가 한 세상에서 대등하게 어우러질 수 없을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진 어떤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보겠다’고 결심한, 어쩌면 누구보다도 강한 분들이 아닐까요?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이루려 하며, 그들의 즐거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함을 통해 공유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같이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장애를 지니고 있는 분들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볼까요. ‘장애인 자립’이란 용어를 종종 들어보셨을 텐데요, ‘자립’이란 장애를 가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아무런 지원 없이 이룰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장애인 스스로 다양한 공적, 사적 지원체계를 통해 자립생활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사생활(건강관리, 식사조절, 취침시간 등)을 사적으로 관리하고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정상적인 생활양식을 갖고, 일상적인 지역사회 내의 활동에 참여하고, 생산적인 일을 포함한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립'입니다. 일상적 활동 뿐만 아니라 후견인 관련 사항, 재정관리, 주거에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비롯하여 자신의 신변과 관련하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 중요합니다. 장애인이 시설에 단체로 수용되는 경우, 개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모든 일상생활이 일률적으로 관리되지요. 장애 증상의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분류되고 관리되겠지만, ‘관리’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자원 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별 니즈는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의 발현도 당연히 힘들겠지요.


자립생활이 가지는 철학은 다음의 요소를 가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스스로 ‘선택’ 및 ‘결정’이 그 핵심임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장애인권: 시민권 시대에 그 누구라도 인간다운 삶은 권리인 것이기에, 평생을 집이나 시설에서 차별과 억압 속에서 갇혀 있는 장애인들에 자립생활 실현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직접서비스가 요청된다.

  • 당사자 중심: 여성운동의 중심이 여성이듯, 흑인운동의 중심이 흑인이듯, 장애인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야 하고 장애인 정책의 대상에 불과하던 장애인 당사자가 이제는 정책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 환경개선: 문제는 장애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있는 것이므로, 장애인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우선 시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의 인식개선은 물론 지역 환경이 장애인이 살기 편한 환경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본고에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삶의 주체로서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며, 어떤 방식으로 즐겁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장애인예술이 공론화되어 역동적인 장애인예술 운동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장애예술인이 예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국예술위원회에 장애인예술 전문자문위원회(Disability Reference Group)를 구성하여 장애평등계획(Disability Equality Scheme)을 세우고, 장애예술인의 역할 인식과 장애예술인 명성 제고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독일은 유크레아(EUCREA), 미국은 VSA(Very Special Arts), 일본은 에이블아트(Able Art), 중국은 중국장애인예술단 등이 장애인예술을 대표하면서, 장애인예술을 한계가 없는 예술, 모두를 위한 예술, 경험예술로 특징지어 예술의 한 장르로 발전시켰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장애인예술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예술이라는 영역이 정책적으로 정의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취미나 치료의 목적으로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인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로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입니다. 근육병이 진행되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조차 쉬기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꽂고 생활하는 김진우 시인, 중증의 장애로 학교에 가지 못해 만화를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20살에 『새소년』으로 데뷔했고 몇 년 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해경님,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 길에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만 휠체어 무용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용우님 모두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자신답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시인, 만화가, 화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예술인은 7천명 이상에 달합니다. 이중 전업 예술인은 62%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기본계획’ 수립과 시행을 준비하고 있기에 보다 체계가 잡혀 더 많은 꿈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2020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를 실행해오고 있는데요, 2021년의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자리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72%이며(보호자 판단),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95%에 달합니다. 발달장애인 취업자가 일(취업)하기로 결심한 주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가 32.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당당히 사회에 참여하려고’(27.0%),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23.0%) 등의 순입니다. 이들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에서 보이는 것은 상당 비율이 취미생활, 경제활동, 그 외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선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사회와 연결되면서 자기 정체성이 확인되고, 자기효능감을 인정받기도 하면서 전반적인 삶에 만족감을 가져오는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우리들에게 그들은 이야기합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만 있을 뿐 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 2018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현 정의당 국회의원)의 말입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 각자에 대해서도 대하는 방법이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에 의해 대화의 내용이 발전되면서 교류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요. 장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움이 혹시 필요한 상황이 되면 당사자에게 방법을 물어 도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그저 한 사람으로 대하면 되는 것이겠죠. 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매뉴얼화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탈시설을 통해 좀 더 많은 장애인들이 눈에 띄는 것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라 여겨집니다. 일상에서 계속 만나고 우연한 교류들이 발생하는 적응의 시간을 우리 모두 가능한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하길 원하며, 어디에서 행복을 찾으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한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 이치가 특정 사람들에 대해서는 편견으로 인해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스치고, 만나고, 이야기할 뿐인 것이지 ‘그분들 전체’를 바라보며 특별한 방침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임을, 각자의 삶과 행복을 들여다 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by 은영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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